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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뮤지컬 관련 글의 댓글을 읽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몇 마디 적습니다.
 
먼저, "이미 낚은 고기니까 그런거 아니냐" 는 댓글이 있더군요. 전 이 말씀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올해 결혼 15년차인, 딸 둘 키우는 제 입장에서 제 아내는 이미 낚여서 요리되서 소화까지 완료된 고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아내에게 뭔가를 선물한다면 그게 금전적으로 비싼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내가 좋아할지 아닐지 심사숙고하고 정성과 마음을 다해서 준비하게 됩니다. 낚인 고기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한게 아니지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의지한다면, 그게 결혼한 관계건 연애 관계건, 그게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건 누구나 그렇게 되어야 정상 아닐까요? 남자가 여자랑 하룻밤 자고 나면 다른 여자 찾아다니는 바람둥이가 아닌 다음에야, "이미 낚았다고" 소홀해질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제가 바보인 걸까요?
 
두번째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귀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집니다. 서로 살아온 인생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알고 지내는 것도 다르다보니 남자에게 당연한게 여자에겐 생소하기도 하고, 여자에게 생소한게 또 남자에겐 너무나 평범한게 되어 버리기도 하죠.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A석이 제일 좋고 B, C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죠. 뮤지컬 극장에 한번도 안 가봤다면, R과 S석 뒤에 있는 A석이 얼마나 후진 곳인지 모르는게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좌석표를 보았더라도 그게 얼마나 안 좋은 자리인지 모를 수도 있죠.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에게 감사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겁니다. 물론 연애라는게 서로 밀고 당기고를 하면서 깊어지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상대의 실수를 지적하기보다는 상대의 배려나 노력에 감사를 먼저 하고, 그 마음을 바탕에 깐 채 상대의 실수를 미소띈 얼굴로 알려주는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결혼 전에 5년을 연애하고, 그 뒤로 15년을 살아온 저희 부부도, 아직도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부주의하게 던지기도 합니다. 주로 제가 아내에게 상처를 주곤 하죠. 남자들은 그렇게 좀 무신경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나 서로 주의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로, 남녀간의 만남에서 금액의 많고 적음이 사랑의 많고 적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돈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습니다. 돈이 많을 땐 처음 본 거지에게 백만원을 쾌척할 수도 있는 것이고, 돈이 없을 땐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 선물로 머리핀 하나를 선물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죠. 아래 글을 쓰신 여자분은 나도 낼 만큼 냈는데..라는 생각에 좀 서운함을 느끼신 거 같은데, 그 표를 구하는 노력을 했을 남자분도 생각해 보시고, 오히려 그 마음 자체를 따뜻한 미소로 받아주신다면 인생 자체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항상 상대의 마음에 서운함이 남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본의 아니게 맨손으로 다시 시작한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아내와 서로 안 주고 안 받기 하자고 결정한 적이 있습니다. 어짜피 주머니 돈이 쌈지돈이니까요. 그런데 조금 살림이 펴고 있던 어느 결혼 기념일에 선물을 전혀 준비 안했더니 아내가 무척 서운해 하더군요. 하다못해 몇만원짜리 정도 준비할 돈은 충분히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다음 아내 생일에 아내가 1-2개월 전부터 매장에 가면 들었다 놨다 하던 백을 몰래 구입해 놨다가 선물로 줬더니 정말로 펑펑 울더군요. 그 백 가격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습니다. 몇백달러가 넘는 꽤 유명한 상표 제품이었는데 150달러 정도로 싸게 파는 아울렛 같은 곳이었거든요.
 
 
사실 두 분이 서로 마음에 상대를 깊이 담아가고 있다면, 그런 사소한 부분은 나중에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사실 제가 젊을 때 늦잠을 자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제는 아내가 딸들에게 제가 연애할 때 3시간 늦은걸 가지고 엄청 놀려먹더군요. 딸들은 절 노려보며, 자기는 그런 남자랑 안사귄다고 하구요..^^;; 당시에 아내가 좀 심하게 화가 났겠지만, 그래도 아내가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주고 절 받아 주어서 이렇게 예쁜 아이들 낳고 잘 살고 있는 거니까요.
 
그러니 남자분에게 서운한 마음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먼저 가지시고, 그리고 서운했던 부분을 솔직하게 말씀하시면, 서로의 마음과 신뢰가 더 깊어지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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